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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AI 디자인 미학

게시일: 2026년 11월 1일 | 원문 작성일: 2026년 6월 24일 | 저자: Kyle Chayka | 출처: The New Yorker | 원문 보기 (유료)

16비트 픽셀 아트. 램프 불빛 아래 디자이너가 코르크 보드에 저마다 다른 손그림 스케치를 꽂는 동안, 뒤편의 거대한 프레스 기계는 똑같은 크림색 카드를 끝없이 찍어 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쌓는다

핵심 요약

앤트로픽이 2026년 4월에 내놓은 Claude Design이 퍼지면서, 이 도구로 만든 웹사이트와 슬라이드가 서로 눈에 띄게 닮아 가고 있어요.

  • 새로 생긴 클리셰: 베이지·크림색 배경, 녹슨 듯한 주황색 포인트, 기울이고 강조한 큼직한 세리프체, 자간을 벌린 소제목, 뉴스 자막 같은 띠. 글로 치면 과한 엠 대시나 “X가 아니라 Y” 같은 버릇이에요.
  • 앤트로픽도 인정한 기본값: 가이드 문서에 Claude의 “기본 하우스 스타일”이 끈질기다고 적혀 있고, 그 스타일은 앤트로픽 자체 브랜딩과 많이 닮았어요.
  • 코드까지 같아진다: Claude Design은 누가 쓰든 Shadcn UI, Radix UI, Drizzle 같은 정해진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로 이끌어요. 공장 제품에 공구 자국이 남듯, 결과물에 도구의 흔적이 남아요.
  • 결국 답은 수고: 디자이너들은 AI를 거부하지 않아요. 다만 고유한 결과물을 얻으려면 여전히 시간과 노동이 든다고 말해요. “좋은 작업에 쉬운 버튼은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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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써도 같은 얼굴

독립 디자이너 맷 스트룀-아운(Matt Ström-Awn)은 주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과 일해요. 얼마 전 각기 다른 두 클라이언트가 고객을 끌어오려고 만든 영업용 발표 자료를 그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줬어요. 두 자료 모두 첫 장은 밝은 색 바탕에 미션 선언문을 단정적인 글머리표 세 개로 적어 놓았어요. 둘째 장에는 둘 다 사각형 네 개로 “경기장”, 즉 스타트업이 뛰어든 시장을 펼쳐 보였고, 셋째 장에는 둘 다 가운데 정렬로 “우리의 수”라는 한 줄을 적고 판을 흔들 전략을 설명했어요. “진짜 같은 회사에서 뽑아낸 것처럼 보여요.” 스트룀-아운이 제게 한 말이에요. “로고만 다르지 디자인은 똑같아요.” 두 자료가 똑같아 보인 건 둘 다 앤트로픽이 4월에 출시한 AI 도구 Claude Design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스트룀-아운은 이 새 기술이 “쓰는 사람이 누구든 기본값으로 똑같은 미학을 내놓는다”고 했어요.

Claude Design이 앤트로픽 사용자 사이에 퍼지면서 뻔한 디자인 미학이 생겨나고 있어요. 엠 대시T1를 남발하거나 “X가 아니라… Y” 구문을 즐겨 쓰는 글 속 AI 버릇만큼이나 티가 나요. 슬라이드와 웹사이트 화면에는 베이지색이나 크림색 배경, 녹슨 듯한 주황빛 포인트 색, 어떻게든 강조하려고 기울이고 형광펜까지 칠한 큼직한 세리프체가 넘쳐나요. 소제목은 디자인 업계 말로 “트래킹을 벌린” 경우가 많아서 글자 사이가 듬성듬성하고, 웹사이트가 무슨 케이블 뉴스 방송이라도 되는 양 증권 시세 띠 같은 텍스트 막대도 영문 모를 만큼 자주 등장해요. 또 다른 디자이너 데이비드 맥길리브레이(David McGillivray)는 Claude가 대시보드 요소를 만들 때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테두리를 여러 겹 두르는 일이 많고, 가끔은 덤으로 그 아래 네온 불빛까지 깐다고 짚었어요.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셀린 응우옌(Celine Nguyen)은 “세련되고 살짝 비틀린 원색”의 조합을 꼽았어요. 채도를 뺀 색감이 미드센추리 모더니즘T2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죠. 이런 특징은 그 자체로는 흠잡을 데 없고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인터넷 곳곳에 똑같이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디자인 클리셰가 되어 버렸어요. “저는 이런 색 조합을 정말 좋아하는데도, 이제는 따뜻한 색감만 봐도 저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어요.” 응우옌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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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기본값, 똑같은 부품

뉴스레터 분석 대시보드 Newsletrix, 영상 제작사 Wesley Wang Media, 잔디 문제를 진단해 주는 도구 GrassDX, 부동산 중개인 디렉터리 Haute Living, AI 기업을 조사하는 리서치 회사 DeployGraph. 사이트에서 Claude 특유의 판박이 느낌이 나는 회사를 몇 곳만 꼽아도 이 정도예요. 웹 디자인에서 이런 문제가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에요. 인터넷 초창기에는 HTML 코드의 제약에다, 다이얼업으로도 내려받을 수 있게 단순하고 가벼운 사이트를 만들어야 했던 탓에 많은 사이트 운영자가 몇 안 되는 기본 색만 엄격하게 지켜 썼어요. 나중에는 WordPress, Squarespace, Wix 같은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가 내놓은 템플릿이 그 나름의 인기 클리셰가 됐어요(화면을 꽉 채운 큰 이미지 위에 산세리프 글자를 올린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하지만 AI 도구가 퍼뜨리는 획일성은 유독 빠르고 끈질겨요. 앤트로픽도 가이드 문서에서 이를 인정해요. 그냥 내버려 두면 Claude 모델은 “디자인 본능이 강하고, 일관된 기본 하우스 스타일이 있으며… 이 기본값은 끈질기다”고요. 이 기본값이 앤트로픽 자체 브랜딩과 공통점이 많은 건 우연이 아니에요. 베이지 계열 배경, 빨강에서 살짝 비껴간 강조색, 큼직한 서체, 넘쳐나는 세리프와 밑줄이 그래요. 앤트로픽은 “크림색은 쓰지 마” 같은 “두루뭉술한 지시”를 주면 “다양한 결과를 내는 대신 모델이 다른 고정된 색 조합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고 적어 두었어요. 다시 말해, 공식에서 벗어난 비주얼을 얻으려면 사용자가 모델과 씨름해야 해요. 스트룀-아운의 말을 빌리면 이래요. “선호와 경향과 미학이 기계 깊숙이 박혀 있어요. AI가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결과물을 내는 데는 늘 애를 먹을 거예요.” (앤트로픽 대변인은 『The New Yorker』 에 사용자가 원하면 Claude Design이 “표준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어요. 그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늘 저희가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고, 팀이 개선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Claude Design은 그래픽 디자인의 클리셰를 굳힐 뿐 아니라, 모든 사용자를 같은 오픈소스 코드 라이브러리로 이끄는 경향이 있어요.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떠받치는 도구들이죠. Shadcn UI와 Radix UI는 웹사이트에 바로 가져다 쓰는 부품을 제공하고, Drizzle은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해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루커스 겔폰드(Lucas Gelfond)는 이런 제품이 부추기는 획일성을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이 낳은 효과에 빗댔어요. 자동화된 공정은 흔적을 남겼어요. “사출 성형 플라스틱의 이음매, 목재에 남은 산업용 톱 자국” 같은 것들이요. 겔폰드는 이렇게 말했어요. “LLM이 만든 소프트웨어에서 티 나는 부분들, 그러니까 밝은 포인트 색 세리프, 점과 구분 문자와 이모지의 남발, 대비가 강한 표시 요소 같은 것들도 저는 결국 도구가 남긴 자국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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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수고

AI가 등장하면서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취향”이라는 개념에 매달리게 됐어요. 기계가 이미지와 글을 순식간에 뱉어 내는 시대에는 좋은 결과물과 슬롭T3을 가려낼 만큼 사람이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스트룀-아운은 Claude의 기본 디자인 선택을 안일함의 표시로 봤어요. 고유한 무언가를 만드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은 사람”을 드러내는 “거름망”이라는 거죠. 응우옌은 미국 미드센추리 디자이너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Charles and Ray Eames) 부부의 신조를 꺼냈어요. 모더니즘의 이상을 정의한 말이에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을.” 그런데 Claude Design이 주는 건 “가장 적은 노력과 꽤 낮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사람에게, 그럭저럭 괜찮은 것”이라고 응우옌은 말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어요.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대신 월 20달러짜리 Claude Pro 구독료만 내는 거죠. 이게 우리가 바라던 모더니즘의 세계일까요?”

눈여겨볼 점은 제가 이야기를 나눈 디자이너 누구도 AI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모두 이 기술은 피할 수 없다고 했고, 기꺼이 수고를 들인다면 Claude Design이나 OpenAI의 Codex 같은 AI 도구로도 개성 있는 모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 힐러리 그리들리(Hilary Gridley)는 AI를 다루는 뉴스레터 Writerbuilder의 창립자이고, 그전에는 AI 웨어러블 회사 Whoop에서 핵심 제품 책임자로 일했어요. “대부분은 창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밟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리들리는 이렇게 말하고는 한마디 덧붙였어요. “좋은 작업에 쉬운 버튼은 없어요.” 그리들리는 자기 브랜딩에 새를 그린 AI 일러스트를 쓰기도 해요. 완성품을 만들 때는 먼저 영감을 주는 자료를 모아 무드보드를 꾸리고, 일러스트 초안을 손으로 스케치해요. 그런 다음 머릿속에 그린 최종 그림을 글로 풀어 적고, 이 자료와 함께 이미지 생성기에 넣어요. 그렇게 나온 AI 이미지는 질감이 풍부해서 손으로 그린 작품으로 착각할 만해요. Figma는 AI 기능을 갖춘 인기 디지털 제품 디자인 앱이에요. 이 회사의 최고디자인책임자 로레다나 크리산(Loredana Crisan)은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디자이너의 일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때까지 불확실함 속에 충분히 오래 머무는 거예요.”

“좋은 작업에 쉬운 버튼은 없어요.” 힐러리 그리들리가 AI 시대의 디자인 작업을 두고 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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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미학도 결국 기계 속으로

앤트로픽의 최근 브랜딩을 보면 스스로 만든 시각적 클리셰를 피해 가려고 애쓰는 듯해요. 최신 모델 Fable 5가 그래요. 6월에 출시됐다가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우려를 들고나오자 곧바로 중단된 모델인데, 마케팅 이미지는 곤충과 꽃, 그 밖의 과학 자료를 그린 옛 일러스트를 오려 붙인 콜라주예요. 프랑스 식물학자이자 지질학자 샤를 데살린 도르비니(Charles Dessalines d’Orbigny)가 19세기에 그린 나방 일러스트가 떠오르죠. 인간의 지식과 자연 세계의 냄새가 물씬 나는 자료예요. 하지만 이 새 미학마저 기계에 흡수되기 십상이에요. 그리들리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 디자인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해도 놀랍지 않을 거예요.” ♦

역자 주

  1. 엠 대시(em dash, —): 영문에서 문장 중간에 말을 끼워 넣거나 덧붙일 때 쓰는 긴 줄표예요. ChatGPT 같은 LLM이 유난히 자주 써서, 영어권에서는 AI가 쓴 글을 알아보는 대표적인 표지로 꼽혀요. ↩

  2. 미드센추리 모더니즘(mid-century modern): 대략 1940~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한 디자인 사조예요. 단순한 형태와 기능 중심의 구성, 원목의 따뜻한 질감과 차분한 원색이 특징이고, 뒤에 나오는 찰스·레이 임스 부부가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꼽혀요. ↩

  3. 슬롭(slop): 원래 돼지에게 주는 음식 찌꺼기를 뜻하는 말이에요. 요즘은 생성형 AI가 대량으로 쏟아 내는 질 낮은 콘텐츠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으로 널리 쓰여요. ↩

참고: 이 글은 Kyle Chayka가 『The New Yorker』의 칼럼 Infinite Scroll에 게시한 아티클을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The A.I.-Design Aesthetic That’s Taking Over the Internet - Kyle Chayka, The New Yorker (2026년 6월 24일)

생성: Claude (Anthropic)

총괄: 존 (디노이저denoiser)